푸른과천환경센터, '과천 밤의 정원사' 야간곤충탐사
과천 초등학생 가족 60여 명, 여름밤 숲에서 만난 생물다양성

2026년 8월29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야생화자연학습장에서 푸른과천환경센터 주최로 야간곤충관찰 행사가 열렸다. 사진 과천=선정수 기자
29일 오후 7시 30분, 해가 완전히 넘어간 과천야생화자연학습장에 매우 밝은 조명 여럿이 켜졌다. 하얀 천과 망사 텐트, 포충기 등에 야간조명을 환히 밝히자, 어디선가 날갯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방과 딱정벌레, 이름 모를 작은 곤충들이 하나둘 빛을 따라 천 위로, 텐트 안으로 날아와 앉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눈이 조명만큼이나 반짝였다.
푸른과천환경센터가 마련한 야간곤충탐사 ‘과천 밤의 정원사’ 현장이다. 곤충에 관심 있는 초등 3∼6학년 가족 서른 팀을 모집했고, 이날 저녁 학습장에는 아이와 보호자가 짝을 이뤄 모여들었다. 프로그램은 밤 10시까지,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붉은 랜턴을 밝히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아이들 머리에 달린 붉은 랜턴이었다. 흔한 흰색 손전등이 아니라 붉은빛을 내는 헤드랜턴을 준비해 온 참가자가 여럿이었다. 방충망이 달린 모자를 눌러쓴 엄마와 아이 몇 쌍도 보였다. 어둠 속 숲에서 곤충을 가까이 들여다보려는, 나름의 준비를 갖춘 차림이었다.
아이들은 천 위에 앉은 곤충 하나하나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이건 나방이에요, 나비예요?”, “왜 자꾸 불빛으로 와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들도 아이 어깨 너머로 함께 들여다보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천 위에 내려앉는 곤충의 종류는 늘어났고, 관찰하는 눈도 그만큼 진지해졌다.
◆곤충박사들이 들려준 밤의 생태
이날 탐사는 곤충 연구자들이 직접 이끌었다. 조신일 박사와 한경덕 박사,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박사, 인천대 생물자원환경연구소 이탁기 박사가 참가 가족들 사이를 오가며 곤충을 짚어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풀어놓는 밤 곤충의 이야기는 어른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독나방이 더 위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불나방 무리에 독을 지닌 종이 오히려 더 많다는 설명이 나왔다. 애벌레와 성충의 크기 관계도 통념과 달랐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직전 몸집이 가장 커져 다 자란 성충보다도 살짝 크고, 정작 성충이 되면 몸이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우리 곁의 곤충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숫자도 제시됐다. 우리나라에 기록된 곤충이 2만 2천여 종에 이르지만, 이들을 전공으로 연구하는 박사는 1천 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여름밤의 상징인 반딧불이도 우리나라에 기록된 것만 여덟 종이나 된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붙여 부르는 곤충 뒤에, 아직 사람 손이 채 닿지 못한 넓은 생물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죽이지 않고 기록하는 관찰
이날 관찰은 곤충을 잡아 표본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 중심으로 이뤄졌다. 프로그램의 이름대로 ‘탐사와 기록’이 목적이었다. 아이들은 곤충을 손으로 함부로 누르거나 잡아채는 대신, 랜턴을 비추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관찰했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가로등 이야기에서 더 분명해졌다. 밤길 가로등 아래에 죽은 곤충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광경을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니라고 짚었다. 인공 불빛에 이끌린 곤충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기진맥진해 죽어간 결과이며, 사람이 만든 밝은 빛이 없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켜 둔 불빛 하나가 작은 생명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 앞에서, 아이도 부모도 잠시 말이 없었다.
◆여름밤이 남긴 것
두 시간 반 동안 아이들은 곤충 도감 속 이름 몇 개를 새로 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밤이 남긴 것은 지식만이 아니었다. 붉은 랜턴 불빛 아래에서 아이들은 작은 곤충 한 마리를 오래,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잡지 않고 지켜보는 관찰, 불빛 하나가 생명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해 보는 시간은 도감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것이다.
조신일 박사(전 한국곤충생태연구소장)는 "요즘은 전문 연구자들도 곤충을 죽이는 방식의 채집, 표본 제작 등은 잘 하지 않고,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작은 생물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점을 잊지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생물다양성은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다. 집 앞 공원, 여름밤 가로등, 하얀 천 위로 내려앉은 나방 한 마리 안에 이미 들어 있다. 과천의 한 여름밤, 60여 명 가족이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갔다. 아이들이 오늘 밤 만난 곤충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만은 남을 것이다.
출처 : 자연자본시대(https://www.nctimes.co.kr)
푸른과천환경센터, '과천 밤의 정원사' 야간곤충탐사
과천 초등학생 가족 60여 명, 여름밤 숲에서 만난 생물다양성
2026년 8월29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야생화자연학습장에서 푸른과천환경센터 주최로 야간곤충관찰 행사가 열렸다. 사진 과천=선정수 기자
29일 오후 7시 30분, 해가 완전히 넘어간 과천야생화자연학습장에 매우 밝은 조명 여럿이 켜졌다. 하얀 천과 망사 텐트, 포충기 등에 야간조명을 환히 밝히자, 어디선가 날갯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방과 딱정벌레, 이름 모를 작은 곤충들이 하나둘 빛을 따라 천 위로, 텐트 안으로 날아와 앉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눈이 조명만큼이나 반짝였다.
푸른과천환경센터가 마련한 야간곤충탐사 ‘과천 밤의 정원사’ 현장이다. 곤충에 관심 있는 초등 3∼6학년 가족 서른 팀을 모집했고, 이날 저녁 학습장에는 아이와 보호자가 짝을 이뤄 모여들었다. 프로그램은 밤 10시까지,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붉은 랜턴을 밝히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아이들 머리에 달린 붉은 랜턴이었다. 흔한 흰색 손전등이 아니라 붉은빛을 내는 헤드랜턴을 준비해 온 참가자가 여럿이었다. 방충망이 달린 모자를 눌러쓴 엄마와 아이 몇 쌍도 보였다. 어둠 속 숲에서 곤충을 가까이 들여다보려는, 나름의 준비를 갖춘 차림이었다.
아이들은 천 위에 앉은 곤충 하나하나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이건 나방이에요, 나비예요?”, “왜 자꾸 불빛으로 와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들도 아이 어깨 너머로 함께 들여다보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천 위에 내려앉는 곤충의 종류는 늘어났고, 관찰하는 눈도 그만큼 진지해졌다.
◆곤충박사들이 들려준 밤의 생태
이날 탐사는 곤충 연구자들이 직접 이끌었다. 조신일 박사와 한경덕 박사,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박사, 인천대 생물자원환경연구소 이탁기 박사가 참가 가족들 사이를 오가며 곤충을 짚어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풀어놓는 밤 곤충의 이야기는 어른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독나방이 더 위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불나방 무리에 독을 지닌 종이 오히려 더 많다는 설명이 나왔다. 애벌레와 성충의 크기 관계도 통념과 달랐다.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기 직전 몸집이 가장 커져 다 자란 성충보다도 살짝 크고, 정작 성충이 되면 몸이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우리 곁의 곤충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숫자도 제시됐다. 우리나라에 기록된 곤충이 2만 2천여 종에 이르지만, 이들을 전공으로 연구하는 박사는 1천 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여름밤의 상징인 반딧불이도 우리나라에 기록된 것만 여덟 종이나 된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붙여 부르는 곤충 뒤에, 아직 사람 손이 채 닿지 못한 넓은 생물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죽이지 않고 기록하는 관찰
이날 관찰은 곤충을 잡아 표본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 중심으로 이뤄졌다. 프로그램의 이름대로 ‘탐사와 기록’이 목적이었다. 아이들은 곤충을 손으로 함부로 누르거나 잡아채는 대신, 랜턴을 비추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관찰했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가로등 이야기에서 더 분명해졌다. 밤길 가로등 아래에 죽은 곤충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광경을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니라고 짚었다. 인공 불빛에 이끌린 곤충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기진맥진해 죽어간 결과이며, 사람이 만든 밝은 빛이 없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켜 둔 불빛 하나가 작은 생명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 앞에서, 아이도 부모도 잠시 말이 없었다.
◆여름밤이 남긴 것
두 시간 반 동안 아이들은 곤충 도감 속 이름 몇 개를 새로 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밤이 남긴 것은 지식만이 아니었다. 붉은 랜턴 불빛 아래에서 아이들은 작은 곤충 한 마리를 오래,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잡지 않고 지켜보는 관찰, 불빛 하나가 생명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해 보는 시간은 도감으로는 배우기 어려운 것이다.
조신일 박사(전 한국곤충생태연구소장)는 "요즘은 전문 연구자들도 곤충을 죽이는 방식의 채집, 표본 제작 등은 잘 하지 않고, 카메라를 이용해 영상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작은 생물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점을 잊지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생물다양성은 멀리 있는 개념이 아니다. 집 앞 공원, 여름밤 가로등, 하얀 천 위로 내려앉은 나방 한 마리 안에 이미 들어 있다. 과천의 한 여름밤, 60여 명 가족이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갔다. 아이들이 오늘 밤 만난 곤충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작은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만은 남을 것이다.
출처 : 자연자본시대(https://www.nctimes.co.kr)